5년 전 못 판 어머니 작품, 이번엔 ‘파는 곳’이 아니라 ‘보여주는 곳’으로
쇼핑몰로 한 번 실패했던 어머니 갤러리, 미술관으로 다시 시작한 이유
5년 전에도 어머니 작품으로 사이트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는 쇼핑몰이었다. 어머니가 서예, 민화, 캘리로 만드신 작품들이 집에만 쌓여 있으니까 — 온라인에서 팔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꽤 공들여 만들었다. 작품도 올리고, 굿즈(부채, 우산 같은 것들)도 같이 올렸다. 6개월쯤 돌리다 접었다. 장사가 안 됐다.
그러고는 내렸다. 딱히 다른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됐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다른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어머니 사이트는 마음 한켠에 묵혀뒀다. 특별히 “이제 다시 해야지” 생각하고 꺼낸 게 아니었다. 그냥 어느 순간 다시 떠올랐다.
일단 하나는 확실했다. 이번엔 쇼핑몰은 아니다.
왜 그때 안 됐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유가 꽤 분명하다.
작품은 공산품이 아니다. 처음 보는 작가 작품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장바구니 담기” 버튼이 뜨면 — 살 사람이 없다. 작가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먼저 쌓여야 지갑이 열린다. “이 사람 작품 좋다, 이 사람 이야기 좋다”를 한참 보고 나서야 “한 점 갖고 싶다”가 된다. 쇼핑몰은 그 앞 단계를 다 건너뛰고 결제 페이지부터 들이민 셈이었다.
굿즈도 마찬가지였다. 작품과 부채·우산을 한 사이트에 섞어놓으니까 둘 다 어중간해졌다. 작품 찾는 사람은 “왜 우산이 같이 있지?” 싶고, 굿즈 살 사람은 “이 부채 왜 이렇게 비싸?” 싶고.
그래서 이번엔 방향을 뒤집었다.
파는 곳이 아니라 보여주는 곳.
쇼핑몰이 아니라 미술관. 이 한 줄이 결정됐을 때, 사실 나머지는 대부분 따라왔다.
디자인 방향이 잡혔다. 여백을 많이 쓰고, 작품이 천천히 페이드인되게 하고, 전시실 세 개(서예관·민화관·캘리관)를 두어서 관람객이 어느 방부터 들어갈지 고를 수 있게. 첫 화면에 작품을 들이밀지 않고 대표작 하나와 짧은 인사말만 — 전시회 입구 같은 분위기.
어머니 작품마다 찍힌 낙관(빨간 도장)이 로고가 됐다. 따로 로고를 디자인할 필요가 없었다. 먹색, 한지색, 낙관 빨강 세 가지가 팔레트 전부였다.
판매는? 쇼핑몰 카트 같은 거 없다. “작품 소장 문의”라는 작은 버튼 하나만. 관계 먼저, 결제는 그다음.
5년 전 쇼핑몰은 실패였지만, 돌아보면 그게 지금 사이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앞 단계를 가르쳐줬다. 어머니 작품 세계를 먼저 충분히 보여주는 것 — 그게 빠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같은 대상을 “무엇으로 다룰지”만 바꿨을 뿐인데, 프로젝트 전체가 달라졌다.
다음 편에서는 이 미술관을 실제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 AI와 기획 회의를 하다가 AI가 허락도 없이 갤러리를 통째로 완성해버린 에피소드부터 시작한다. 다음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