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싶은데 없어서, 앱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세컨드 브레인 시리즈 — EP6: 앱편
AI랑 매일 대화한다. 기획도 하고, 코드도 짜고, 아이디어도 나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달 동안 이렇게 했는데 뭐가 남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면서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는데, 위키를 운영하다 보니 다음 문제가 생겼다. 이걸 좀 더 편하게, 좀 더 잘 쓸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 찾아봤다.
시장을 뒤져봤다
Notion, Obsidian, Mem.ai, Granola. 다 써봤거나 살펴봤다. 각자 잘하는 건 있는데, “AI 대화를 자동으로 정리해서 개인 위키로 만드는” 도구는 없었다. AI가 붙어있어도 내 맥락 없이 일반 정리를 했다.
이게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려운 부분은 요약이 아니다. 요약은 LLM이 알아서 한다. 어려운 건 “같은 주제 대화가 또 나왔을 때 기존 문서를 고칠지, 새로 만들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제 A로 하기로 했는데 오늘 B로 뒤집혔다”는 결정의 번복을 추적하는 것.
삽질 하나: OAuth
처음 아이디어는 “Claude 구독 계정으로 API 연결하면 되겠지”였다. 근데 약관을 읽어보니 Anthropic이 2026년 2월에 약관을 업데이트해서, Claude 구독 OAuth 토큰을 서드파티 앱에서 쓰는 걸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Pro $20/월로 API급 워크로드를 돌리는 가격 차익거래를 막는 거였다.
한 번 막히고 나서 방향이 바뀌었다. BYOK(사용자가 자기 API 키 직접 입력) 모델로. 이 피벗이 나중에 앱 구조 결정에도 영향을 줬다.
3층 구조가 나온 이유
계속 만지다 보니 문제가 네 가지였다. 매번 정리하려다 포기하는 마찰, 대화가 흩어지는 파편화, 다른 공간 맥락이 끼어드는 오염, 새 채팅마다 처음부터 깔아야 하는 배경 재설명.
이 네 개를 풀려니 자연스럽게 3층으로 수렴됐다. 날것의 대화(세션), 정리된 결과물(문서), 그걸 담는 격리된 칸(공간). 핵심 원칙은 하나였다. “자동 처리는 현재 공간 범위로만.” 전체를 다 끌어오면 오염된다.
내가 첫 번째 유저
1인 개발자가 자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건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첫 번째 유저이고, 무엇이 불편한지 정확히 안다. 시장 조사 없이도 “이게 맞나”를 몸으로 안다.
세컨드 브레인에서 시작해서, 그걸 더 잘 쓰고 싶어서 앱을 만들었다. 그 앱을 만드는 데 다시 세컨드 브레인을 쓰고, 앱을 쓰면서 세컨드 브레인이 더 좋아진다. 이 루프가 slowloop의 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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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EP1·EP2 구축편 · EP3 통합편 · EP4 디스코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