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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26.07.05 · 3분 읽기

일단 시작하시라

이야기

“저는 개발 1도 모르는데 이런 거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개발자로 일하다 보니 주변에서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오면 꼭 이 질문이 따라옵니다. 예전 같으면 저도 “일단 HTML부터 배우세요” 했을 겁니다. 코딩 지식이 출발선의 조건이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AI가 자연어를 코드로 번역해줍니다. 그 조건이 사라진 겁니다. 그러니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냐 없냐를 물을 게 아니라, 그냥 하면 됩니다.

재밌는 건,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 대부분이 이미 에이전트에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뉴스도 챙겨 보고, 유튜브 강의도 몇 개 찾아봤고, 어떤 툴을 쓸지 비교까지 해본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딱 거기서 멈춥니다. “일단 개념부터 제대로 잡고 시작해야지” 하면서 자료만 계속 모으거나, 이것저것 비교하다가 하루가 가거나, 마음먹었다가도 “지금 내 수준에 맞는 게 맞나” 싶어서 다시 접어버리는 식이에요. 관심은 분명히 있는데, 그 관심이 손을 움직이는 데까지 안 이어지는 겁니다. 저는 이게 지식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시작 자체를 너무 크게 잡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말로만 하면 안 믿으실 테니 제가 옆에서 직접 본 걸 얘기해보겠습니다.

아내가 웹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제 아내는 개발을 전혀 모릅니다. 코드도 모르고, git도 모르고, 배포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 사람이 웹페이지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한자 8급 시험을 준비 중이었는데, 문제를 좀 풀려보고 싶었대요. 8급 한자에서 열 문제씩 랜덤으로 뽑아주는 페이지입니다.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몰랐답니다. 그래서 AI한테 물어봤대요.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돌아온 답이 “모르는 건 그때그때 물어보면서 하면 다 알려준다”였고, 정말 그대로 했습니다. “이거 왜 안 돼?” “이건 무슨 뜻이야?” 막히는 족족 물어봤고요. 저는 개발자 남편이니까 뒤에서 뭔가 도와줬을 거라 생각하실 텐데, 제가 알려준 건 하나도 없습니다. 진짜 하나도요.

배포까지 혼자 했습니다. 무료 배포 사이트에 git 연동하는 것까지요. git이 뭔지 모르는 채로 git을 썼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지금 아들은 실제로 인터넷으로 그 페이지에 접속해서 한자 문제를 풉니다. 엄마가 만든 걸로 아들이 공부하는 거예요.

한자 페이지로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은 AI로 뉴스도 모아 보고, 직접 만든 디자인을 판매 사이트에 올리기도 합니다. 한 번 해보니까 다음 것도 되는 거죠.

아내한테 있던 건 뭐였을까

개발자인 제 눈에도 신기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아내한테 있던 게 뭐였을까. 기술은 확실히 아닙니다. 없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각오나 대단한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들 한자 문제 풀리고 싶다는 마음 하나였고, 막히면 물어봤고, 시키는 대로 해봤을 뿐입니다.

이게 핵심인 것 같아요. 시작을 가르는 건 코딩 지식이 아닙니다. 각오도 아니고요. 오히려 “제대로 준비하고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이 시작을 막습니다. 준비는 끝나지 않거든요. 아내는 준비를 안 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이거 왜 안 돼?”라고 물을 수 있으면 됩니다. 그게 전부예요. 답은 AI가 합니다. 여러분은 물어보기만 하면 되고, 물어보는 데는 자격이 필요 없습니다.

만들고 싶은 게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모르면 물어보면서 하시면 됩니다. 일단 시작하시라.

이 글을 시작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에이전트 개발에 실제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막힐 때 뭘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에이전트한테 뭘 어떻게 물어봐야 답이 잘 나오는지, 저와 아내가 직접 겪으면서 알게 된 것들로요. 거창한 이론보다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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