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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26.06.27 · 4분 읽기

소재가 바닥난 게 아니었다

1일 1블로그 하다 만든 blog-mine 스킬, 이미 겪은 걸 채굴하는 법

이야기

큐랑 예약 기능까지 다 만들어놓고, 정작 큐에 넣을 글이 없었다.

1일 1블로그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발행 파이프라인을 손봤다. 초안을 쌓아두고 예약으로 하나씩 나가게 하는 구조까지 만들었는데, 한 번에 작업한 걸 다 올리고 나니 큐가 텅 비었다. 매일 올리려면 매일 쓸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뭘 쓰지”가 시작되는 순간 1일 1블로그는 그냥 부담이 된다.

그때 든 생각이 좀 이상했다. 나 분명히 뭔가 계속 하고 있는데. 매일 코드 짜고, 스킬 만들고, 삽질하고. 그게 다 채팅 이력에 쌓여 있는데 왜 쓸 게 없다고 느끼지.

소재가 없는 게 아니라 찾는 시스템이 없었다

쓸 게 없는 게 아니었다. 겪은 건 매일 쌓이는데, 그걸 다시 꺼내서 “이거 블로그감인데?” 하고 알아채는 과정이 없었던 거다. 채팅 이력은 second 위키에 그대로 들어와 있었고, wiki에 정리해둔 페이지도 있었고, 작업하다 “이건 나중에 써야지” 하고 박아둔 메모도 있었다.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한 줄 던졌다.

“스킬 하나 만들까 소재 찾는거로 최근 에 있었던 채팅이력중에 블로깅 안됫것들 뽑는거로~~~”

이 한 마디가 blog-mine의 전부다. 최근 채팅 이력에서, 아직 블로그로 안 만든 것들을, 뽑아내는 스킬. 13시 17분에 말 꺼내서 13시 28분에 동작하는 스킬이 나왔다. 11분짜리 세션 하나.

가공도 낮은 층으로 내려가며 캐낸다

blog-mine이 소재를 찾는 순서가 핵심인데, 일부러 “내가 손댄 정도”가 높은 것부터 본다.

제일 먼저 보는 건 pinned.md. 작업하다 “이건 써야겠다” 하고 즉시 박아둔 메모다. 가장 신선한 관심사니까 점수도 가산해서 올린다. 그다음이 wiki에서 content_potential 태그가 붙은 페이지들. 이미 한 번 정리하면서 “이거 콘텐츠 될 수 있겠다”고 표시해둔 것들이라 신뢰도가 높다.

마지막이 날것의 채팅 세션이다. 여기서 그냥 수백 개를 다 열면 느리니까, raw-cache라는 월별 요약 캐시를 먼저 훑어서 블로그감 될 만한 세션만 추리고, 그 세션들만 앞부분을 정밀하게 읽는다. 거기에 시리즈 비어 있는 슬롯을 역으로 채울 소재, 프로젝트 작업 로그까지 같이 본다.

정리하면 내가 손으로 박아둔 것 → 정리해둔 것 → 날것 채팅 순서. 점점 가공이 덜 된 층으로 내려가면서 캐낸다. 발명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광맥에서 캐오는 거라, “없는 걸 짜내는” 느낌이 아니다.

골라낸 후보는 타입(story·lesson·tip·method)으로 분류하고 점수를 매긴다. story면 차별화가 높으니 +2, wiki에 태그가 이미 있으면 +3, 최근 거면 +1, 이런 식으로. 점수 3 이상이면 그냥 후보 목록만 보여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seed 파일까지 자동으로 만들어둔다. 나중에 바로 brief로 넘길 수 있게.

만들면서 손본 것들

처음엔 기본 스캔 범위를 30일로 잡았는데 돌려보고 바로 줄였다.

“최근 30일은 너무많고 디폴트 7일이 좋을듯~~”

30일치를 훑으니 후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오히려 고르기가 부담이었다. 일주일치 정도가 “이번 주에 내가 뭐 했더라” 딱 떠올릴 만한 양이다.

그리고 한 번 돌려서 후보 5개를 받고 나니까 이걸 매번 휘발시키기 아까웠다. 그래서 또 한 마디.

“이건 따로 문서화도 넣을까? 스킬돌리면 소재 계속 추가하는 식으로 ~ 여유잇을때 내가 검토하고 쓰게 ~”

이게 백로그 구조가 된 계기다. 스킬을 돌릴 때마다 새 소재는 백로그 파일에 누적되고, 이미 있는 건 중복으로 안 들어간다. Obsidian에 열어두고 여유 생길 때 pending 항목 골라서 쓰면 된다. 소재를 찾는 행위랑 쓰는 행위를 시간적으로 분리한 거다. 채굴은 자동으로 돌아가고, 나는 검토만 한다.

마지막은 사소한데 나한테는 중요했던 거.

“각도란 표현좀 안썻으면 좋겟는데 방향, 전개, 주제 이런말이 잇는데 왠 각도 ㅋㅋ”

스킬이 “제안 각도”라는 말을 쓰고 있었는데 이게 영 거슬렸다. 방향이든 주제든 멀쩡한 말 두고 왜 각도냐고 ㅋㅋ. 스킬이랑 백로그 양쪽에서 “각도”를 “방향”으로 싹 바꿨다.

”오늘 뭐 쓰지”가 사라졌다

지금은 blog-mine을 돌리면 백로그에 후보가 쌓인다. “오늘 뭘 쓸까”를 백지에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미 채굴된 목록에서 “이거 쓸까” 고르는 일이 됐다. 질문이 발명에서 선택으로 바뀐 거다.

매일 돌리진 않는다. 생각날 때 가끔 돌리는데,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돌렸는데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주제 모드로 넣었더니 seed가 바로 만들어졌고, 그게 오늘 쓴 글의 시작이 됐다. 목적이 달랐어도 흐름은 같았다. 매일 안 써도 막히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지, 매일 돌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지난 편에서 build-plan으로 “다음 뭐였지”를 머리 밖 종이로 빼냈다는 얘기를 했는데, 이것도 결이 같다. 소재 목록을 워킹메모리에서 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블로그 소재는 발명하는 게 아니다. 이미 겪은 걸 캐오는 거고, 캐는 시스템만 있으면 마를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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