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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2026.06.11 · 4분 읽기

구현이 공짜가 된 세상에서 — 병목이 위로 이동했다

AI와 함께 개발하면서 직접 체감한 역할 재정의

교훈

구현이 공짜가 된 세상에서 — 병목이 위로 이동했다

AI와 함께 개발하면서 직접 체감한 역할 재정의

Claude Code로 마이위키 B1~B10을 밀어붙이던 어느 날, 저는 이상한 걸 알아챘습니다. 코드를 거의 직접 치지 않는데 오히려 더 바쁜 거예요. 설계를 그리고, 기능 단위를 잘게 쪼개고, 결과물이 “내 머릿속 그림”과 맞는지 끊임없이 검수하고. 손이 아니라 머리가 쉬지 못하는 겁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나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예상: 구현이 빨라지면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다

AI 코딩 도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기대한 그림은 단순했습니다. 코드 짜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더 많은 기능을 더 빠르게 넣을 수 있겠다, 그 정도였어요.

실제는 달랐다 — 병목이 위로 이동했다

해보니 달랐습니다. “구현”이라는 병목은 줄었는데, 바로 위 레이어에서 병목이 생겼어요. 개발자가 매니저가 되고, 매니저가 사업가가 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더군요.

역할하는 일의 본질
개발자”어떻게 만들지” (구현)
매니저”누가/무엇을 만들지” (조율·우선순위)
사업가”왜/무엇을 위해 만들지” (방향·가치)

AI가 “어떻게”를 거의 공짜로 처리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그 위 레이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단, 올라가는 것이지 아래를 버리는 게 아니에요. 구현이 뭔지 아는 채로 위로 간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왜 개발 싱크는 갈수록 깨질까

세 영역을 비교해보면 체감 차이가 뚜렷합니다.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결과물이 한 장이라 여러 시안 받아서 “이거/저거” 선택하면 됩니다. 안목으로 판단할 수 있어요.

기획은 중간쯤입니다. 본인 머릿속에 방향이 있으니 그것에 맞춰 AI를 끌고 가면 됩니다.

개발은 진행될수록 싱크가 깨집니다. AI는 매번 “지금 이 순간”만 봅니다. 그런데 프로젝트는 누적 맥락이 있어요. 이전 구조, 컨벤션, 왜 이렇게 짰는지. AI는 그 누적분을 계속 까먹기 때문에 진행될수록 내 머릿속 전체 그림과 점점 벌어집니다.

제가 찾은 대처법은 이렇습니다.

  • 잘게 끊기: 한 기능씩, 끝날 때마다 검수하고 다음으로. 싱크가 깨질 틈을 안 주는 거예요.
  • CLAUDE.md: 컨벤션을 파일로 고정해서 AI가 항상 참조하게 합니다. 매번 설명하는 대신.
  • “왜”를 함께 주기: “이렇게 해줘”보다 “X 때문에 이렇게 해줘”가 훨씬 덜 어긋납니다. 의도를 알면 AI가 옆길로 덜 새거든요.
  • 아키텍처 지도는 절대 AI에게 위임하지 않기: 코드 한 줄이 아니라 “이 앱이 큰 틀에서 어떻게 짜여 있는가”의 지도를 제가 쥐고 있어야 합니다.

도메인 지식도 마찬가지

주식 포트폴리오 앱을 만들면서 비슷한 걸 경험했습니다. 주식책을 보다가 “주식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앱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매수는 했는데 매도를 안 해봤습니다. 포트폴리오 앱을 만들면서 매도 기능이 상대적으로 비어 있다는 걸 매도 관련 버그를 고치면서 깨달았어요.

만드는 도구의 사용자를 한 번이라도 직접 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풀 경험이 아니어도 됩니다. 딱 한 사이클만. 그래야 “이 도메인 사람만 아는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몸으로 압니다.


앞으로는 — “핵심 기능은 내가 한다”의 진짜 의미

이제 저는 “핵심 기능은 내가 한다”를 직접 코딩이 아니라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설계·판단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구현에 갇히면 위로 올라가기가 안 됩니다. 반대로 위로 올라가면서 구현을 완전히 놓으면 기반이 흔들립니다. 균형점은 “내가 설계하고, AI가 구현하고, 내가 검수한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클에서 제가 절대 놓으면 안 되는 건 전체 아키텍처 지도입니다.

지금 AI에게 코드를 맡기면서 “내가 뭘 하는지” 불분명해졌다면, 아키텍처 지도를 종이에 한 번 그려보세요. 그게 당신이 쥐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방법: Claude Code 4레버 방법론 · 빌드플랜으로 개발 시간 단축 · 심화: 큰 작업을 구간으로 나누는 이유 · LLM 시대의 문서화 전략 · 배경: 마이위키 탄생 스토리 · 주식앱 AI 에이전트 개발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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