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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2026.06.11 · 4분 읽기

코드를 못 짜도 앱을 만든다

10년차 개발자가 자연어로 앱을 만들며 정리한, 비개발자가 지켜야 할 것들

방법

“비개발자도 AI로 앱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이제 넘쳐납니다. 근데 정작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10년차 개발자입니다. 코드를 충분히 칠 줄 아는 사람인데도, 요즘 제 작업의 상당 부분을 자연어 지시로 합니다. 주식 포트폴리오 앱도, 이 지식 위키를 굴리는 자동화 도구도요. 코드를 아는 사람이 직접 자연어 쪽으로 넘어와 보니, 비개발자가 정말 챙겨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보입니다. 그 시선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왜 지금 가능해졌나

예전엔 이런 구조였습니다. 사람이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갖고 있고, 그걸 코드(형식언어)로 번역해야 컴퓨터가 실행했습니다. 그 번역을 할 줄 아는 사람이 개발자였고, 그래서 개발자 없이는 앱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구현부를 AI가 대신합니다. 사람이 자연어로 말하면 AI가 코드로 옮깁니다. 한 마디로, 구현을 AI가 대체해줘서 가능해진 겁니다.

여기에 변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요즘 AI는 모르면 물어보면서 하면 될 정도로 똑똑합니다. 지시가 어설퍼도 “이 부분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할까요” 하고 되물어 옵니다. 완벽한 지시문을 처음부터 못 써도, 대화하면서 좁혀가면 됩니다.

도구와 자동화까지 자연어로 만들어집니다. 제 지식 위키를 굴리는 /digest(소화)나 /capture(즉시 정리) 같은 명령은 프로그래밍 코드가 아니라 마크다운으로 쓴 자연어 지시문입니다. 비개발자가 직접 읽고, 고치고, 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켜야 할 것들

그럼 말만 하면 앱이 나오느냐. 아닙니다. 코드는 몰라도 되지만, 일하는 방식은 지켜야 합니다. 직접 해보며 정리한 여섯 가지입니다.

지시는 구체적으로

AI가 코드를 짤 때 제 생각과 다르게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AI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제 지시가 모호했던 겁니다.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으니 AI가 자기 식대로 채웠던 거고요.

“예쁘게 만들어줘”는 지시가 아닙니다. 배경색, 여백, 분위기까지 뭘 원하는지 장면이 그려지게 말해야 합니다. 장면이 그려지는 한 마디가 디자인 방향 전체를 이끕니다.

요구사항을 먼저 명확히

만들면서 정하면 AI도 같이 흔들립니다. 시작 전에 이것만은 적어두세요. 누가 쓰는 앱인지, 꼭 있어야 하는 기능이 뭔지, 없어도 되는 게 뭔지. 대단한 기획서가 아니어도 됩니다. 메모 몇 줄이면 되고, 그 몇 줄이 이후 모든 지시의 기준점이 됩니다.

기준은 정확하게 얘기하기

요구사항이 “뭘 만들지”라면, 기준은 “어떤 경우에 어떻게 할지”입니다. 회원가입 없이도 쓸 수 있는지, 잘못 올린 글은 지울 수 있는지, 지우면 완전히 사라지는지 같은 정책들이요. 이걸 말해주지 않으면 AI가 알아서 정합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내 의도와 다를 때고, 한참 뒤에 발견하면 고치는 비용이 커집니다.

문서를 현행화하고 찾을 수 있게

AI는 매번 ‘지금 이 순간’만 봅니다. 지난주에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작업이 쌓일수록 내 머릿속 그림과 결과물이 벌어지는 이유가 이겁니다.

그래서 결정과 규칙을 문서로 남기고, 바뀌면 문서도 같이 고쳐야 합니다. 매번 말로 설명하는 건 지속이 안 됩니다. 파일로 남겨두면 AI가 매번 찾아 읽습니다. 단, 낡은 문서는 없느니만 못합니다. 문서와 실제가 다르면 AI는 문서 쪽을 믿고 엉뚱한 방향으로 갑니다.

확인은 꼭

코드를 못 읽어도 확인은 할 수 있습니다. 실행해서 화면을 보고, 버튼을 눌러보고, 의도대로 움직이는지 보는 겁니다.

AI가 “됐습니다”라고 해도 그냥 넘어가지 마세요. 확인 없이 쌓인 작업은 나중에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버전까지 완료하기

핵심 기능이 뭔지, 첫 버전(MVP)에 뭘 넣고 뭘 뺄지 먼저 정하세요. 그리고 그 버전까지는 끝내세요. AI랑 만들면 기능 추가가 워낙 쉬워서 “이것도 되나? 저것도 넣어볼까?” 하며 옆으로 새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다 조금씩 만들어졌는데 완성된 건 하나도 없는 상태가 됩니다. 확장은 첫 버전을 끝낸 다음입니다.


한계

프로토타입이나 MVP 레벨까지는 정말 빠르게 갑니다.

근데 마무리가 힘듭니다. 요소는 여러 가지입니다. AI가 없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지어내기도 하고(환각), 작업이 쌓이면 이쪽과 저쪽이 서로 안 맞는 부분이 생기고(정합성),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AI가 한 번에 읽고 기억할 수 있는 양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디테일을 다듬고 예외 상황을 챙기는 마지막 구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건 개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뭘로 만들든 검수는 다 필요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그 간극을 메우는 데 필요한 것들, 에이전트 개발하면서 챙기게 된 것들을 하나씩 공유할 예정입니다.

에이전트 개발 시리즈 1 / 7 전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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