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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026.06.16 · 3분 읽기

《주식투자 ETF로 시작하라》를 읽다가, 주식 대신 주식앱을 만들기로 했다

주식은 1도 몰랐지만 만들고 싶었다 — 1년의 공백, 그리고 다시 잡으니 2주

이야기

주식은 1도 몰랐다.

1년쯤 전, 《주식투자 ETF로 시작하라》라는 책을 읽었다. 보통 그런 책을 읽으면 “나도 ETF 하나 사볼까” 하고 증권 앱을 깔 텐데, 나는 좀 이상한 데로 튀었다. 주식을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 주식앱을 만들고 싶어졌다. 주식은 1도 모르면서.

지금 돌아보면, 그게 내 AI 개발의 첫 시작이었다.


혼자 한 건 아니었다. 같은 팀 직장 동료 7~8명이서 스터디로 시작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냈으니 자연스럽게 기획을 리딩하고 개발도 끌게 됐다.

그때 내가 주로 한 건 “설명하는 일”이었다. 백엔드 가이드를 챕터로 정리하고(소개·프로젝트 구조·공통 모듈·모델·리포지토리…), SQLAlchemy와 SQLModel로 ORM이 뭔지 설명하고, app/domain/modules 식으로 도메인을 쪼개는 DDD 구조를 팀 컨벤션으로 잡았다. 코드를 같이 짜기보다 같이 짤 수 있는 바닥을 까는 쪽이었다.

작업 방식은 지금이랑 많이 달랐다. 구글 무료 CLI — Gemini CLI를 썼다. GEMINI.md에 컨벤션을 적어 길들이고, @파일로 컨텍스트를 일일이 물려주고, 한 틱씩 지시하고 → 결과를 리뷰하고 → 방향을 다시 잡는 식이었다. 맘에 안 들면 맘에 들 때까지 다시 시켰다. 티키타카. 손이 정말 많이 갔다.


그러다 흐지부지됐다.

거창하게 엎어진 건 아니었다. 다들 본업이 있으니, 일하면서 사이드로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멈췄다.


다시 잡은 게 올해 5월이다.

본격적으로 재개했는데, 처음엔 내 옛 기획이 발목을 잡았다. 계좌 여러 개를 한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 느낌으로 그려놨더니 뎁스가 너무 깊고 무거웠다. 그래서 갈아엎었다. 여러 계좌 현황판이 아니라 “지금 운용할 계좌 하나”를 중심으로, 홈이 그 계좌의 포트폴리오 허브가 되게. 사이드바·웹 테이블·관리자형 대시보드는 다 걷어내고 모바일 앱 흐름으로 다시 짰다.

(그때 정리한 원칙이 기획 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 — “여러 계좌를 한 번에 보여주는 대시보드보다, 현재 운용할 계좌 하나를 선택하는 흐름을 우선한다.”)


근데 진짜 충격은 따로 있었다.

몇 개월 만에 도구를 다시 잡았더니 너무 다른 세상이었다. 그 사이 AI 코딩 도구의 완성도가 차원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엔 한 틱씩 티키타카하며 길들여야 했던 게, 이제는 훨씬 굵직하게 맡겨도 굴러갔다.

나는 원래 조사부터 하는 사람이 아니다. 부딪히는 스타일이라, 뭐가 좋은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들어갔다.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그런데 거의 2주 만에 완성했다. 1년을 흐지부지하던 게, 다시 잡으니 2주 만에 끝났다.


주식은 여전히 잘 모른다.

근데 만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고, 그 사이 도구가 먼저 자라준 덕에 끝까지 갔다. 시작의 동기가 꼭 “잘 알아서”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만들고 싶으면, 만든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 워크트리로 에이전트를 병렬로 돌리고, 멀티에이전트 분업을 실험하고, KIS API에 부딪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그리고 다 만들어 놓고 약관 한 줄에 런칭이 막힌 이야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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